결국 가방을 열었다. 그런데......
주절주절 혼자 떠들기/그냥 사는 이야기 | 2006/07/04 10:45
얼마 전, 아내가 필라델피아로 일주일 동안 출장을 갈 일이 생겼다. 나름대로 장기간의 해외출장이라서 이것저것 준비할 것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커다랗고 튼튼한 여행용 가방이다. 집에 있는 것은 낡기도 해서 친척에게 빌렸다. 상태 괜찮은 가방이었다.
출발 전날, 내가 이것저것 챙기면서 가방의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것을 테스트했다. 다른 일반적인 여행용 가방과 같이 3자리 숫자를 조합하는 방식과 열쇠가 모두 달린 시스템이었다. 보통 열쇠는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고가 터졌다. 가방이 갑자기 안 열리는 것이었다. 나는 열쇠를 사용하는 모드로 바뀐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당장 열쇠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우리의 낡은 가방을 쓸 수밖에 없었다. 애써 가방 빌려와서 이게 뭔 짓거리람.
아내는 일주일 출장을 끝내고 돌아왔다. 다행히 가방이 말썽을 부리지는 않았다. 이제 빌려온 가방을 돌려줘야 하는데, 그래서 난 우리 동네 열쇠집을 찾았다.
나 : "아저씨 가방이 잠겼어요. 아무래도 열쇠로 열어야 할 것 같은데요"
아저씨 : "그럴리가...... 이건 숫자로 여는 건데."
그랬다. 아저씨가 만능키로 해봐도 가방은 열리지 않았다. 열쇠의 문제가 아니라, 나도 모르게 비밀번호가 다른 것으로 바뀌어 있던 것이었다. 그러자 아저씨는 마치 루페처럼 생긴 장비를 가지고 조그마한 표시를 살피면서 숫자를 돌리기 시작했다.
아저씨 : "여기 미세하게 표시가 있는데...... 됐다." (하지만 가방은 열리지 않았다.) "어~ 이상하다. 이상하다. 샘소나이트 것도 이렇게 하면 쉽게 열리는데."
나 : "이건 비싼 거 아닌데요. 상표도 없는 싸구려인데."
아저씨는 계속 번호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계속 실패했다. 약 30분의 시간이 흘렀다. 결국 아저씨는 실패했다. 아저씨 曰 "내 재주로는 안되네." 도대체 이건 뭘까? 하지만 그래도 큰 수확이 있었다. 숫자만 맞으면 가방이 열린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래서 나는 결국 최후의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000부터 일일이 맞춰보기! 대략 1시간 3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나는 결국 일대일대응이라는 최첨단(?)의 방법으로 가방을 열었다.
이게 뭔 짓거리란 말인가? 덕분에 약간의 돈이 굳었다. 하지만 손가락이 많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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