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선이가 두 돌을 넘겨 어느덧 세 살이 되었다. 하루하루가 다른 우리 민선이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나는 예전과 많이 바뀌었다. 확실히 아빠가 된다는 것은 삶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임을 깨닫는 것부터 시작이다. 일단 나는 겁이 많아졌다. 물론 나는 아빠가 되기 이전에 그렇게 용감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한 아이의 아빠가 되고 나서는 이전보다 두려운 것들이 많이 늘어났다.
#_1.
어제 어느 지하철역에서 가정폭력으로 심한 상처를 입은 아이들의 사진들을 전시했다. 그런 전시의 목적이 가정폭력 예방에 있다는 것은 당연히 알 수 있는 일이지만, 나는 그 사진을 보지 않았다. 일부러 에둘러 피해갔다. 그런 광경이 나에겐 두려움이 되었다. 솔직히 두려움이라기보다는 굉장히 불편한 것이다. 마음속에 애써 그런 불편함을 만들지 않으려고 나는 그 자리를 회피해 버렸다.
SBS에서 방송하는 프로그램 중에 "SOS 어쩌구"하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한다. 나는 단 한 번도 그 프로그램을 보지 않았지만, 간혹 들리는 이야기를 보면 아이들에게 매우 잔혹한 내용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이것 또한 나를 불편하게 한다. 아무리 그것이 현실이고 그것이 사실일지라도 그리고 그러한 것을 덮지 말고 적극적으로 파헤치는 것이 궁극적으로 아이들을 위한 길이라는 점을 잘 알고는 있지만 당장 마음의 불편함은 어찌할 수가 없는 것 같다. 불편함을 넘어 이제는 두려움이 되었다.
#_2.
나는 사진을 좋아한다. 취미로 가끔 사진을 찍으러 다니고, 유명 작가들의 작품도 감상하곤 하지만 전장의 저널리스트들이 목숨을 걸고 얻은 고발사진들은 보고 싶지 않다. 과거에 난 그렇지 않았다. 배고픔으로 쓰러진 흑인소녀를 주시하는 독수리를 찍어 퓰리처상을 받은 그 유명한 사진을 볼 때도, 폭격을 당한 마을에서 벌거벗은 채로 뛰어 도망가는 소녀의 사진을 볼 때도, 제국주의와 전쟁의 비극에 대해 고민했었지, 나는 아이들에 대한 아픔을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사진들을 볼 때 그런 거창한 이념이나 거대한 세계질서에 대한 고민보다는 당장 그 사진이 등장한 아이의 개인적인 아픔에 더 공감을 하게 되고, 그것이 내 아이와 오버랩이 되면 더는 그 사진을 볼 수가 없다. 아이의 아픔이 나의 두려움이 된 셈이다.
목숨을 걸고 전쟁현장을 고발하는 사진 기자들의 어려움과 그들의 공이 작지 않음을 잘 알고는 있지만, 전쟁의 잔악함과 아이들의 순진무구함을 대비시켜 손쉬운 감정적 동의를 얻어내려는 사진들에는 절대로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 사진작가들과 기자들은 전쟁이라는 비극을 이용해 먹는 또 하나의 기생충일 뿐이다. 아이들을 동원하지 않아도 전쟁의 비극은 충분히 묘사할 수 있다. 창작의 고통이 없는 예술은 막노동과 다를 바 없다.
#_3.
세상에는 참 아픈 아이들이 많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삶이 제한된 아이들과 다른 평범한 아이들과 똑같이 뛰어놀 수 없는 아이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참 많이 슬프다. 눈물이 난다. 과거의 나는 아픈 아이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다만 아픈 사람들의 일부분으로만 고려해 봤을 뿐. 간혹 우리 아이가 밤에 열이 조금 나는 것만으로도 불안하고 걱정이 되는데, 백혈병과 같은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고, 그 상상만으로도 나는 두렵다.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나는 내 마음의 불편함 때문에 현실과 남의 고통을 외면하게 된다.
#_4.
헐리우드 영화에서는 아이들이 절대로 죽지 않는다. 나는 예전에 그런 영화들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시했었다. 하지만 어느날 그렇지 않은 영화를 봤다. "퍼니게임(Funny Game)"이라는 영화였는데, 아이가 가정 먼저 죽고, 나중에 온 가족이 아무런 이유없이 몰살당하는 영화였다. 결코 보기에 편한 영화는 아니다. 만약 그 영화를 내가 지금 다시 본다면 나는 아마 중간에 그 영화를 중시시킬 것이 분명하다. 그런 영화를 계속 보고 있을 정도로 내 마음의 인내심이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현실적인 상황 설정으로 내가 조롱해 마지 않았던 헐리우드 영화들이 왜 그런 규칙을 지키는지 이제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진정한 영화매니아가 아니라면 저 영화는 추천하지 않는다.
아빠가 되면서 겁이 많아졌다. 그것의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랑을 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그것이 사라지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다. 하지만 그 두려움이 발현되는 양태는 개인마다 다 다를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에게 나타난 여러 현상은 이 두려움에 대한 가장 말초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으로 보인다. 보다 시간이 흐르고, 나의 사랑이 더 커지면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두려움을 극복하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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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기도 엇그제가 두 돌 이었는데 공감이 가네여. 아기 이쁘게 키우세여...
반갑습니다. 우리 민선이와 비슷한 또래군요. 아기와 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그렇군요. 저도 내년여름에 아빠가 될 예정인데. 어떤 느낌일지 무척 궁금했거든요.
잘읽고 갑니다.
grokker님 반갑습니다. 내년에 아빠가 되신다면 지금 매우 중요한 시기로군요. 아빠가 된다는 느낌은 정말로 말로 설명하기 아주 어렵더군요. 아기가 태어나는 그 순간, 그때의 느낌은 생생하지만 표현할 말이 딱히 없습니다. 흔히 말하는 "만감이 교차한다"는 표현외에는...... 아무쪼록 우리 모두 좋은 아빠가 되도록 열심히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