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소결정(Underdetermination) 이해하기
사회학 이야기 | 2007/02/26 14:20

과학철학이나 과학사회학을 공부해본 사람이라면 "과소결정(Underdetermination)"이라는 용어를 어디선가 만났을 것이다. 나도 처음 이 용어를 접했을 때에는 머릿속에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왜냐하면 내가 이전에 공부했던 "중층결정(overdetermination)"이라는 용어 때문이었다. 중층결정은 루이 알튀세르(Louis Althusser)가 제시한 개념인데, 공부한 지도 오래되었고, 내 주된 분야도 아니고 해서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한때는 열심히 공부했었지만 그 당시 나는 저 중층결정이라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 물론 지금도 그러하다 - 그래서 과소결정(underdetermination)이라는 단어도 그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착각을 했다. 결과적으로 이 두 개념은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리고 과소결정이라는 개념은 생각보다 매우 쉬운 개념이다.

이 글은 세르지오 시스몬도의 책에 있는 내용이다. 과소결정에 대한 설명 중에서 가장 쉬운 설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간단히 정리해봤다. 이 글이 출처는 다음과 같다. 세르지오 시스몬도는 이전에 포스팅했던 "과학은 예술이다"라는 책의 저자이다.

Sergio Sismondo, 2004, An Introduction to 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 p.7, Box 1.3, Blackwell.


번역 : 나무늘보


과학자들은 가능성이 있는 여러 가설 중에서 데이터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을 선택한다. 이러한 선택은 결코 논리적으로 결정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경험적으로 완벽하게 동등한 수준의 다른 가설들이 원칙적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무수히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론은 경험적 증거에 의해 과소결정된다. 비유를 통해서 보면 이해하기 쉽다.

우리의 자료들이 아래 그래프에 나타난 점들의 집합이라고 생각하자. 이런 데이터를 "설명하는" 가설은 이 점들과 가장 잘 맞는 어떤 선이 될 것이다. 하지만 어느 선이 가장 잘 맞는가? 오른쪽의 그래프는 데이터와 완벽하게 일치하는 두 개의 선을 보여주고 있다.

과소결정의 이해


그리고 완벽하게 일치하는 선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존재하는 것도 명백하다. 우리는 추가적인 실험을 해서 몇 가지를 제외할 수 있지만, [가능한 후보들이] 무한대로 존재한다는 점은 언제나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것들 일부를 제외하는데 단순성과 우아함과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있지만, 우리는 이내 귀납의 두 가지 문제에 곧바로 직면하게 될 것이다. (1)우리가 어떻게 자연이 단순하고 우아하다는 것은 알 수 있는가? (2)[자연이 단순하고 우아하다면] 왜 우리는 자연이 그러한 것처럼 똑같이 단순성과 우아함을 가정해야 하는가?

과학자들이 가장 우수한 이론을 선택할 때, 그들은 중요하게 고려되었던 것 중에서 가장 나은 것을 뽑는다. 경험적으로 적합한 설명을 제공해줄 수 있는 무한한 후보군 중에서 지금까지 고려되었던 것 중 가장 나은 것이 진리라고 믿을 근거는 거의 없다. 사실, 무한 개의 가능한 설명이 존재한다면, 그들 각각이 채택될 확률은 0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과소결정의 상태는 과학철학에서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과소결정의 주장 때문에 많은 철학자들은(실증주의자들과 그들의 지적 후예들) 모든 과학적 이론들이 진리나 실재적인 재현(representation)이 아니라 설명하거나 예측하는데 도움을 주는 도구로서 여겨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재론적 철학자들은 적어도 [새로운 과학적] 증거의 진화가 이론을 진리에 더 가깝게 만든다는 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과학의 성공을 이해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한다.

Creative Commons License
달리 정하지 않는 한, 이 블로그에 게시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트랙백 주소 http://happysloth.net/trackback/65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이전버튼 1 ... 31 32 33 34 35 36 37 38 39 ... 70 이전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