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정보통신보조기기 전시회 in SEK 2007
SEK 2007과 여러 부대 행사들

SEK 2007 행사 포스터
지난 6월 20일부터 23일까지 COEX에서는 "SEK 2007"이라는 대규모 IT 관련 전시회가 있었다. 많은 사람이 이곳에 다녀왔고, 인터넷에서 수많은 참관 후기와 관련 사진들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SEK 2007"과 함께 열리는 행사가 여럿 있었음에도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거의 얻을 수 없는 것을 보면, 그 어느 누구도 이 행사와 함께 열리는 다른 행사에 대해서는 눈여겨보지 않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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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 있는 행사 포스터를 자세히 보면 알 수 있지만, 이번 "SEK 2007"에서는 IT 테크노마트, ITRC포럼, 그리고 리눅스월드 코리아 2007이라는 행사가 동시에 열렸다. 많은 사람이 SEK에서 전시되는 새로운 IT 제품과 그것을 소개하는 예쁘장한 아가씨들에만 관심이 있었지, 정작 무슨 행사가 어떻게 열리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사실 이것은 참관하는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행사 주최 측의 홍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게다가 단독으로 열었을 경우, 방문객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ITRC포럼과 같은 행사들은 SEK라는 거대 행사에 은근슬쩍 무임승차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실제로 행사장에서는 어디서 어디까지가 SEK이고 어디부터 리눅스월드 코리아 행사인지 전혀 구분할 수 없었다. 심지어는 안내하는 사람조차도 다른 행사가 함께 열린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 정도였다. 그러니 "왜 레드햇(Redhat)이 SEK에 참가했을까?" 하는 의문을 갖는 사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부살이하는 정보통신보조기기 전시회

하지만, 이 행사들 이외에 한 가지 행사가 더 있었다. 포스터에도 나오지 않고, 행사 홈페이지에도 나오지 않는 전시회가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정보통신보조기기 전시회"였다. 해마다 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문화진흥원(KADO) 주도로 열리는 행사다. 나는 2004년도에 이 행사에 갔었다. 당시에는 COEX 3층의 작은 전시관인 대서양홀에서 단독으로 열린 행사였는데, 올해는 SEK라는 거대 행사의 한 귀퉁이 조그맣게 자리 펴고, 행사를 열긴 열었다고 생색만 내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면, 이렇게 하는 것이 그나마 더 많은 사람이 이 전시회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비록 협소한 공간에 설치된 십여 개에 불과한 좁은 부스들이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야 했었는데 그 점이 아쉽다. 전시회 공간에 영역표시를 확실히 하고, 여기는 "정보통신보조기기 전시회"를 하는 곳이라고 더 눈에 띄게 했으면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정보통신보조기기 전시회가 열린 곳은 다음의 그림에서 붉은색으로 표시된 곳이다. 인도양홀 구석 13개 부스가 이 전시회장 전부였다.

정보통신보조기기 전시회장

[인도양홀 한쪽 귀퉁이를 차지한 정보통신보조기기 전시회장]


2004년도의 기억

나는 2004년도 정보통신보조기기 전시회에 갔었다. 당시에는 넓은 곳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독립적인 공간에서 행사가 진행되었다. 게다가 전시한 제품이 좀 어이없기는 했지만,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한글과 컴퓨터 등 쟁쟁한 대기업들도 참여해서 그런지 나름대로 구색도 갖추어진 행사였다.[각주]당시 MS가 전시한 제품은 윈도우 XP였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윈도우 제어판에 보면 "내게 필요한 옵션"이라는 항목이 있다. 여기에는 글자를 소리로 변환해주거나, 소리를 자막으로 보여주거나 혹은 화면을 확대해서 보여주거나 하는 등등의 기능이 담겨 있다. 휠체어 모양의 아이콘이 상징하듯이 이런 기능들은 신체의 자유로운 움직임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기능이다. 당시 MS가 전시한 제품은 이것이 전부였다. 한컴이 전시한 것은 한글문서의 내용을 음성으로 변환해서 들려줄 수 있는 API였다. 한글에 그 기능이 들어간 것이 아니라, 그런 기능을 첨가할 수 있는 API였다. 한컴도 그것이 전부였다. 이 전시회 이후 나는 저 기능이 구현된 한글프로그램을 구경조차 해본 적이 없다. 아무래도 당시 정통부가 이들 기업의 참여를 독려하려고 옆구리를 콕콕 찌른 것이 아닌가 짐작하고 있다.[/각주] 또 대학 연구실도 여럿 참여해서 지금 개발 중인 새로운 입력장치도 선보였다. 그중 하나는 마치 장갑처럼 손에 착용해서 사용하는 장치였는데, 손가락과 손등 근육의 움직임을 이용한 매우 인상적인 장치였다.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후 소식이 없는 것으로 봐서, 아무래도 상용화에는 실패했나 보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2004년에 있었던 행사의 내용을 한번 정리해봐야겠다. 지금까지 당시 자료들과 사진들은 다 갖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행사는 소식 자체를 접하지 못했고, 2006년도에는 일정이 겹쳐 참석을 못하고 말았지만, 다행히도 올해는 운이 좋아서 행사에 참석할 수 있었다.


변한 것 없는 IT 기술

최근 IT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것이 등장할 정도로 그 발전속도가 매우 빠르다. 하지만 장애인을 위한 IT 장비의 발전속도는 느려도 보통 느린 것이 아니다. 올해 전시회에 전시된 것들은 내가 2004년 행사에도 봤던 장비들과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신제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체로 예전의 것 그대로이거나, 거의 변하지 않은 것들이 대다수였다. 게다가 현재 판매 중인 제품들만 전시되었고, 개발 중이거나 새로운 개발 아이디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또 예상했던 바와 같이, 대기업의 참여도 전혀 없었다.

이 분야의 현실이 저런 것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라서 그렇게 실망스럽지는 않다. 게다가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쪽 기술의 발전속도가 그렇게 빨라야 할 이유도 없다. IT 기술의 발전속도가 빠르다고 해서, 새로운 형태의 키보드와 마우스가 마구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기본적인 것은 쉽게 변하지 않는 법이다. 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기들은 대부분 그 기본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그래서 여타의 IT 장비들을 이런 보조기기들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매우 비싼 보조기기들과 정부의 지원금

사실 장애인들을 위한 정보통신보조기기들은 가격이 비싸다. 개발비용도 많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시장의 수요도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새로운 보조기기를 개발하는 것은 시장성이 없고, 그러니 대부분의 장비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게다가 대체로 장애인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 아니므로 이런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도 장애인들이 이런 정보통신보조기기를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금이 지급된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서는 몇 가지 보조기기를 지정해서 해당 장비를 구매할 때 보조금을 지원해주고 있고, 구입하는 장애인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라면 추가 지원금을 더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원금을 받아도 마우스와 키보드 하나 사려면 만만치 않은 금액이 필요한 것들도 있다.

이런 제도가 시행되는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는 백만 배 이상 더 좋기는 하지만, 문제점도 있다. 우선 기업의 입장에서는 선정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될 수가 있다. 여기에 선정된 제품은 당연히 다른 제품보다 보급이 잘 되니, 선정되지 못한 제품은 시장에서 퇴출당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업체들은 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서 지정하는 제품에 선정되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되어 버리고, 여타의 제품은 사장될 가능성이 발생한다. 따라서 이런 제도에 대한 예산이 늘어나서 더 많은 제품이 지정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일 나은 방법으로 생각된다.


전시된 제품들

가장 많은 전시된 제품은 시각장애인들이 글을 읽거나 화면을 읽을 수 있도록 확대해주는 장비들이다. 이런 장비들은 저시력증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매우 유용하기 때문에 그나마 시장이 큰 제품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번 전시회에 등장한 각종 확대기와 리더기는 다음과 같다.

[전시된 각종 독서 확대기]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을 교육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참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요새는 어린이를 교육하는 과정에 IT 장비가 많이 사용되고 있고, 그것은 장애를 가진 어린이라고 해서 다를 이유는 없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어린이를 위한 보조기기들도 여럿 있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보조기기들]


장애인들이 컴퓨터를 사용하려면 특수한 입력장치가 필요할 때가 잦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 여러 가지 종류의 입력장치들도 이번 전시회에 소개되었다. 사실 제품 대부분은 이미 예전에 봤던 것이지만, 새로운 제품도 등장했다. 그것은 바로 눈동자의 움직임으로 마우스를 제어하는 장비이다(아래 4번 사진). 이것은 몇 년 전 어떤 기업이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었다. 루게릭병을 앓는 분들은 몸의 근육을 움직일 수가 없어 외부와 의사소통이 불가능했지만, 눈동자를 이용하는 이 장비를 사용하면 컴퓨터 사용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매우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매우 놀라운 장비였지만, 안타깝게도 가격이 너무 비싸서 이 장비가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이 쉽게 이용하기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수혜자가 극소수인 이런 특수 장비는 정부의 지원을 받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각종 입력 보조기기들]


이것들 이외에도 여러 다른 장비들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한소네 보이스"라는 장비이다. 이것은 크기가 PSP와 비슷한 장비인데, 시각장애인들이 휴대해서 사용할 수 있는 점자 입력기 및 음성변환 장치이다. 실제로 매우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인상적인 장비였다. 또, 그 외에 골전도 헤드폰이라든지, 점자 프린터 등이 있었으며, 장애인들을 위한 각종 소프트웨어도 전시되었다. 마지막으로 한국정보문화진흥원 부스의 사진도 두 장 같이 첨부했다.




사회적으로 유용하고 정치적으로 올바른 기술

기술을 정치적으로 파악하려는 시도를 극단적으로 혐오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그런 태도를 갖는 것조차도 일종의 정치적 표현인데도 말이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를 체계적으로 배제하는 기술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기술은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환영받지 못한다. 따라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보호하는 것을 시장원리에 맡길 수는 없다. 그래서 비록 미약할지라도 정부의 지원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사회적 관심과 압력이 없어진다만 곧바로 정부의 지원은 중단될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제대로 된 배려가 있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스스로 IT 강국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분야에는 초보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정보통신보조기기 전시회 바로 옆에서는 예쁘장한 아가씨들이 나와서 새롭고 화려하고 혁신적인 제품을 알리고 있었다. 그것들이 과연 누구를 위한 IT 기술인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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