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향상을 위한 정보화 기술학습의 필요성

나는 컴퓨터를 좋아하고 그래서 좀 다룰 줄 안다. 하드웨어에 대한 관심도 많고, 이것저것 새로운 디지털 장비를 만지고 노는 것도 좋아한다. 또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뚝딱뚝딱 만드는 것도 좋아하고, 직접 프로그래밍을 하지는 않지만 남이 만든 것을 - 비록 낮은 수준이지만 - 이리저리 뜯어고치는 것도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는 결코 아니다. 이것을 업으로 생각해본 적도 없고, 이와 관련한 전문 교육을 받은 적도 없다. 다만, 그냥 하이엔드 유저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대학원 때부터 몸담고 있던 곳은 사회과학 계열이다. 그 동네는 컴퓨터나 다른 IT 장비를 이용하는 수준이 평균적인 수준에 다소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동네에서는 안타깝게도 내가 컴퓨터를 제일 잘한다. 말 그대로 호랑이 없는 골짜기에서 왕 노릇하는 토끼인 셈이다. 그래서 학과 홈페이지를 손보는 일이나 어떤 교수님의 컴퓨터가 고장 났다거나 하면 언제나 내가 불려갔다. 컴퓨터를 좀 다루는 사람이라면 이런 비슷한 경우를 자주 경험했을 것이다.


글쟁이의 IT 기술

그중에 어떤 교수님은 컴퓨터와 프린터의 연결에 문제가 생겨 나를 불렀다. 네트워크 프린터 설정을 잘못한 것이었다. 그래서 간단히 해결해 주었다. 그런데 나중에 또 동일한 문제로 나를 불렀다. 이런 일이 4년 이상 반복되었다. 물론 나중에는 내가 가지 않았지만 말이다. 어려운 문제도 아닌데 스스로 해결해 볼 의지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는 이런 문제로 시간 빼앗긴다고 불평불만이 대단했다. 반면에, 다른 교수님들 중에는 IT 장비를 좋아하는 분이 있었다. 다른 교수들과는 달리 그분은 스스로 윈도우를 설치할 줄도 알고, 제로보드로 알아서 설치하고, 가끔 서버로 손 볼 줄 아는 분이었다. 물론 취미로 하는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기 때문에 하는 일이지만,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은 하는 분이다. 그러다 안되면 나를 불렀지만 말이다.

나는 글쟁이고 위에 언급한 두 교수님 모두 글쟁이다. 우리에게 워드프로세서와 프린트, 그리고 이메일은 군인의 "총"이나 요리사의 "칼"과 같은 도구이다. 물론 아직도 원고지에 펜으로 글을 쓰시는 선생님이 계시기는 하지만 그분은 이미 수년 전에 은퇴하셨다. 이제 그런 도구의 시대는 끝났다. 자신의 업을 위한 장비 사용은 스스로 배워야 한다. 예를 들어, 간단한 자동차 정비를 직접 하지 못하는 택시운전 기사를 생각해보자. 일하다가 타이어에 펑크가 났는데 타이어 교체를 스스로 하지 못한다면 정비 기사가 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결국 그는 그 시간을 허비한 셈이고 스스로 경쟁력을 잃어버리고 만다. 나 같은 글쟁이들도 마찬가지다. 워드프로세서 사용법, 파워포인트로 도표 그리는 것, 이런 것 몰라도 일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래한글에서 사각형 하나 못 그려서 조교가 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조교가 언제나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모르면 남들에게 부탁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배우려는 자세와 의지이다.


경쟁력을 높이는 IT 기술

다른 분야들도 마찬가지이지만, 학술계 쪽의 경쟁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하루하루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중압감이 늘어난다. 이런 무한경쟁의 영역에서 남들보다 더 높은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당연하다. 이제 IT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문명 자체를 거부하는 것으로 되었다.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를 넘어섰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이제는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려고 따로 IT 기술을 배워야 한다. 이것은 마치 자동차를 운전하려고 운전 학원에서 운전을 배우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게다가 이런 것은 "자전거 타기"와 비슷해서 한번 배우면 그것을 잊기도 쉽지 않다.

어떤 물건을 구입하면 나는 항상 그 제품의 "설명서"를 먼저 읽는다. 100페이지가 훨씬 넘는 휴대전화 설명서도 나는 모두 다 읽어보는 사람이다. 모두가 나처럼 할 필요는 없지만, 문제가 생기면 설명서 읽어보고, 인터넷 검색해보고,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문제는 해결된다. 그리고 이런 일을 몇 번 해보면 이제 스스로 문제는 진단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중요한 것은 그런 경험이다.

내가 있는 학교 도서관에서는 가끔 DB검색 교육을 한다. 최근 학술저널들이 대부분 온라인으로 전환되었다. 따라서 이제는 예전처럼 도서관에 가서 논문 복사하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하지만 문제는 DB가 너무 복잡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제는 자료 찾는 법을 배워야 하는 시대이다. 나는 이 교육을 내 주변 사람들에게 강력히 권장했다. 웹을 통해 DB 검색하는 것이 뭐 대단한 것이라고 따로 시간을 내서 배워야 하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학술자료 DB는 실제로 매우 복잡하고, DB 종류가 너무 많다. 그래서 이제는 인문학, 역사학, 자연대, 공대 계열별로 따로 교육을 해야 할 정도다. 세상은 변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급격한 변화는 위기이자 기회이다. 이제 선택은 자기 몫이다.

요새 나는 엔드노트(Endnote)라는 프로그램을 손대고 있다. 학술서지 관리 프로그램인데, 내 주변에서 이것을 사용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자연계열에서는 많이 쓰고 있지만, 인문사회계열에서는 이것이 뭔지도 모르고 있다.[각주:1] 새로운 도구를 배우는 것이 결코 쉬운 것도 아니고,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라면 자신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Professional의 자세이다.

  1. 외국에서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JSTOR라는 유명한 학술DB는 얼마 전까지 엔드노트 및 여타의 서지 관리 프로그램을 전혀 지원하지 않았지만 바로 얼마 전부터 이것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자연과학이나 공학을 다루는 학술DB가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것들을 지원했던 것에 비하면 이제야 사회과학 분야도 이에 대한 수요가 생기는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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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18 15:11

    제가 학교 다닐때 의류직물학과 전산실에 근로를 한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저도 전산과 전공은 아니지만 그쪽을 업으로 삼고자 했기 때문에 조금의 지식은 있는 편이었지만..

    군대 제대하고 얼마되지 않아서였으니깐..
    그렇게 많은 지식을 보유하지는 못했을 때였습니다.




    사실 좀 놀라웠더것은..
    의직과도 결코 리포트가 적은 과는 아닌데..


    타자 타수 500타 700타 하면...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더군요..

    리포트를 다른 학우들을 대신해서 타이핑 해주던 선배하나가 300타 정도 였으니까요..


    물론 요즘은 안그렇겠지만..

    그때만해도 전공이 아닌 IT쪽은 그냥 인터넷 활용과 워드 정도면 100%인줄 아는 분야들이 꽤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나무늘보님의 프로정신이 부럽네요.. 본받아야 겠습니다. ^^;;

    • 2007/09/18 22:45

      버미님 반갑습니다. IT를 활용하는 것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게다가 그 변화의 속도가 과거보다 빨라졌습니다. 그래서 과거의 전문가들도 잠시만 한눈 팔면 쉽게 낙오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모두가 그런 흐름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버미님이 말씀해주신 경험도 똑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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